귀 어지럼증'이 노인 낙상 위험 높인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빙판길 낙상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낙상은 노인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미국질병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꼴로 낙상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낙상이 미끄러워서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노인들 사이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낙상의 원인 중 하나는 어지럼증이다.
평소 어지럼증이 있는 노인은 조금만 미끄러워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영국과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노령기 낙상의 6.4~7.2%는 어지럼증이 원인이다. 따라서 평소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어지럼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어지럼증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뇌 질환이나 빈혈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귀에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노인 어지럼증의 80%는 귀에 이상있는 '말초성' = 어지럼증은 노인의 약 50% 이상에서 발생하고, 75세 이상에서 병원을 찾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보통 노인들의 어지럼증은 80% 정도가 귀에 원인이 있는 말초성 어지럼증이다. 지속시간이 짧지만 며칠 뒤 반복되는 게 대표적 특징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평형을 유지하는 귀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몸을 뒤척일 때나 일어날 때, 고개를 크게 움직일 때 어지럼증이 심해지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나아진다. 심하면 난청이나 이명,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뇌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는 어지럼증의 경우 몸에 마비 증상이 오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또한 지속시간이 길고 며칠씩 이어진다.

'전정기능검사'로 어지럼증 원인 확인 가능 = 말초성 어지럼증은 크게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으로 구분된다. 같은 말초성 어지럼증이라도 진단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가 우선이다.

70대 이상의 노인이나 심장 질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지럼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력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양상 등에 대한 상세한 문진을 바탕으로 비디오안진검사 등의 전정기능검사가 필요하다. 비디오안진검사는 인체의 평형기관에 해당하는 귀, 눈, 뇌로 이어지는 신경계를 검사해 각 기관의 상호관계를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어지럼증의 원인 부위 및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석증은 연령별로는 노인, 성별로는 여성의 비율이 높다. 귀 가장 안쪽에 위치해 평형기능을 조절하는 세반고리관에 이석(耳石)이 흘러 들어가 발생하는데,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러움을 호소한다.

원인은 뚜렷하지 않지만 고령과 충격으로 인한 외상, 기타 귀 질환,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움직였을 때 어지러움이 심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이석증은 약물 치료 없이 몸의 자세를 바꿔가면서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주는 이석치환술을 통해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어지럼증 외에 귀에 물이 찬 느낌이나 청력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이석증이 아닌 메니에르병이나 전정신경염일 수 있다. 메니에르병일 경우 현기증과 함께 청력 저하, 이명, 이충만감(귀에 물이 찬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빙빙 도는 듯한 현기증이 20분 이상 지속되고, 24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약물 요법으로는 이뇨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쓰이고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감기를 앓고 난 다음 어지럼증이 나타났다면 전정신경염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감기로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침투한 바이러스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정기관이 있는 내이(속귀)에 침투해 전정기관에 염증이 생기면 균형을 잡는 평형기능에 문제가 생겨 중심을 잡기 힘들고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때 생긴 어지럼증은 수 일간 지속하기도 하며, 심할 경우 구토나 오한, 식은땀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초기에 약물치료를 하면 심한 증상은 2~3일 내에 조절되며, 그래도 어지럼증이 남아 있다면 전정재활치료를 통해 평형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